시프트 록 미설치, 급발진사고 책임 없어
2003년 3월호 신호등 교통정보 발췌
급발진 사고의 원인이 차량의 기계설계상 결함에 있다고 본 원심을 뒤집은 항소심판결이 나왔다. 이는 급발진 사고가 사회문제화됐던 지난 99년이후 운전자와 차량제조사가 지루한 법정공방을 벌인 결과 2002년 1월, 시프트 록(Shift Lock)을 설치하지 않은 차량제조사의 책임을 처음 인정했던 판결을 다시금 뒤엎은 것이다.
서울고법 민사22부(재판장 김이수 부장판사)는 지난 2월14일 박모 씨 등 운전자 10명이 차량 급발진 사고로 피해를 봤다며 당시 대우자동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또 1심에서 패소판결을 받았다 이에 불복, 항소한 9명의 운전자에 대해서도 원심대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원심에서는 차량에 시프트 록이 장착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차량제조사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으나, 시프트 록은 원래 급발진 사고 방지장치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할 때 차량에 설계 상 결함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제조원가가 대당 3,500원인 시프트록은 운전자가 브레이크페달을 밟지 않으면 변속레버를 주차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옮길 수 없게 한 장치로, 부수적으로 급발진 방지기능이 인정돼 지난 99년 11월 자동차업계는 정부의 장착의무화 권고를 받았다.
재판부는「시프트 록은 시동을 켜둔 채 운전석을 비운 사이 어린이들이 변속레버를 조작, 자동차가 움직이는 것을 막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며「따라서 급발진 사고의 주된 원인으로 추정되는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을 막겠다는 것은 원래 목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시프트 록이 페달오조작에 따른 급발진을 방지하는 점이 있음은 인정되지만 이는 시프트 록의 부수적 효과일 뿐 시프트 록으로 예방할 수 없는 급발진 사고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에 비춰 시프트 록 미설치를 기계설계 상 결함으로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박씨 등 42명은 지난 99년 5월부터 급발진 사고로 피해를 봤다며 대우차를 상대로 1인당 5,000만~6,000만원의 손배소송을 냈으며, 2002년 1월 인천지법은「시프트 록을 설치하지 않은 설계 상 결함이 있다」며 10명의 원고에게 일부승소 판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