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수익액 산정방법 개선방향향
(사)한국손해사정사회, 소식지 2015년 2월호 발췌
글 : 마승렬 사정사 (보험금융학박사)
상실수익액(lost earnings)이란 보험사고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또는 후유장해가 발생한 때, 만일 이들 피해자가 사망 또는 후유장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향후 가동가능기간동안 순차적으로 가동하여 얻을 수 있었을 것으로 기대되는 수익액을 현재가치로 환산하여 일시불로 배상해주는 금액을 말한다. 상실수익액의 현가산정방법으로 국내의 손해배상 실무에서 대표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방법은 라이프닛쯔식과 호프만식 산정방법이다. 라이프닛쯔식 산정방법은 현가 산정 시 민사법정이율 연 5%를 적용하여 복리로 할인하는 방법을 말하는데, 대표적 적용사례는 자동차보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동차보험표준약관 상 라이프닛쯔 계수는 다음과 같이 산정된다.
현행의 라이프닛쯔식과 호프만식 산정방법은 상실수익액 산정 시 둘 다 미래의 임금상승률을 현가산정에 반영해주지 않기 때문에 사고발생 시점 소득액()을 미래 수십년() 후에도 동일한 금액을 지급받는 것으로 가정하면서() 현가산정에 있어서는 법정이율 연 5%를 적용하여 엄격하게 할인만 하는 방법이다. 참고로 2014년 12월 기준 10년만기 국고채수익률이 연 2.681%인 점에 비추어볼 때 연 5%의 할인율은 할인율 그 자체만으로도 지나치게 높은 수준임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 간 손해액의 공평 분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실수익액 산정에 있어서 미래의 예상되는 임금상승 추이와 이자율(수익률) 추이가 함께 고려된 경제적 합리성을 가진 현가산정방법을 적용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할 것이다.
한국의 경우와는 달리 여타 선진국에서는 그간 각국의 경제상황 변화를 고려해 상실수익액 산정방법을 합리화 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의 손해배상 실무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어지는 현가산정방법은 임금상승률 효과를 반영한 순할인율(net discount rate)을 사용하여 계산하는 방법이며, 임금상승률 효과를 고려하였을 때 순할인율 수준은 대부분 0∼2% 정도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영국법원의 경우 전통적으로 4.5%의 할인율을 적용하였으나 경제현실을 고려하여 2001년도 이후 2.5%의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다. 홍콩법원에서도 전통적으로 영국과 동일한 4.5%의 할인율을 적용하여 상실수익액 현가를 산정하였으나, 2013년도 이후 최근의 경제상황을 고려하여 할인율 수준이 수정되어야 함을 강조하면서 피해자의 가동가능기간의 장단에 따라 -0.5%∼2.5%의 할인율 적용을 결정하였다. 캐나다에서도 1970년대에는 7%의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여 현가를 산정하였으나 현재 Ontario주와 British Columbia주에서는 각각 2.5%를 할인율로 정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와 동일한 연 5%의 민사법정이율을 중간이자공제이율로 적용하여 상실수익액을 산정하여왔으나, 버블경제가 붕괴한 후 초저금리 기조를 배경으로 중간이자공제율 수준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이견이 제시되기 시작하였으며, 1996년 이후부터 중간이자공제율 4%, 3%, 2% 적용을 판결한 사례가 이어진 바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 간 손해액의 공평한 분담 문제는 적정하게 산정된 손해액을 기초로 하였을 때 합리적 해결이 가능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상실수익액의 적정한 현가산정 문제는 보험과 손해배상의 재판실무상 매우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보험의 경우 초기 호프만식을 채택하여 오다가 1986년 9월 라이프닛쯔식으로 변경한 이후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보험에서는 동일한 피해자의 경우라도 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의 최종판결금액을 지급하므로 소송을 하지 않은 경우에 비해 더 많은 상실수익액을 지급받을 수 있다. 이는 법원에서 적용하는 호프만식이 라이프닛쯔식에 비해서는 더 많이 지급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합리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현행의 자동차보험 상실수익액 산정기준을 라이프닛쯔식에서 호프만식으로 당장 개정하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호프만식 산정방법 또한 최선의 산정방법은 아니므로 피해자에 대한 적정 손해배상을 위해서는
경제적 합리성을 가지는 새로운 상실수익액 산정방법의 적용이 필요하다. 향후 상실수익액을 합리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특성(연령, 직종, 교육수준 등)에 따른 개별적 임금상승률을 고려한 할인율 수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이때 장해를 입은 피해자의 신체감정을 외부전문가인 전문의에게 의뢰하여 노동능력상실률을 구하듯이 피해자의 개별적 특성을 고려한 상실수익액은 이 부분에 식견을 가진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그 금액을 산정하여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는 상실수익액을 산정해주는 전문가를 forensic economist라 부르며 변호사들은 이들이 산정한 상실수익액을 근거로 법원에서 피해자의 손해액을 다투게 된다. 물론 상실수익액 산정을 외부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경우에는 비용이 소요되는데, 이는 신체감정에서와 마찬가지로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손해액의 공평분담 및 피해자 간의 공정성의 측면에서 감수해야할 부분으로 판단된다.
필자는 1985년도에 손해사정사 제2차 시험에 최종합격한 후 1986년부터 약 20년간 손해보험회사와 손해사정업체에서 주로 대인배상의 손해사정실무에 종사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데, 피해자 측에 손해액 산정결과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상실수익액의 현가계산방법과 그 결과에 대하여 피해자 측을 쉽게 이해시키는 것이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였었다. 이는 당시 라이프닛쯔식과 호프만식 산정방법에 대하여 피해자 측에 열심히 설명하고 이해시키려고 노력은 하였지만 정작 손해액을 산정하는 전문가인 필자 스스로도 라이프닛쯔식과 호프만식 산정방법의 합리성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생활비 공제후의 월급여가 100만원인 무과실 40세 사망자의 경우 정년을 60세로 가정하면 라이프닛쯔식으로 계산하면 1.5억원, 호프만식으로 계산하면 1.7억원 정도의 상실수익액이 산정된다. 이때 피해자 측에서는 미래의 임금상승 부분을 전혀 반영해주지 않더라도 240개월간 받을 수 있었을 금액을 단순하게 계산해 봐도 2.4억원(=100만원*240월)이 되는데 왜 금액이 이렇게 적게 산정되느냐고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를 겪었던 기억이 있다. 이때, 보험회사의 보상직원이나 손해사정사들은 라이프닛쯔식과 호프만식 산정방법에 대하여 설명하면서, 미래에 순차적으로 지급받게 될 금액을 현시점에서 일시에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제이론에 근거하여 그 동안의 중간이자를 공제하여야 하므로 금액이 줄어드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면서 피해자 측을 열심히 설득하게 된다.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피해자 측에서 경제이론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라이프닛쯔식과 호프만식 산정방법을 사용하여 손해액을 산정하고 있는 손해사정사, 변호사, 법관 등이 경제이론을 잘 못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고, 사실은 위의 예에서 2.4억원을 주장하였던 피해자 측의 직관이 경제이론과 더 잘 맞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필자가 전문학술지 “법경제학연구”에 게재한 아래의 연구논문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상실수익액 산정 시 임금상승률 효과를 고려해주면 중간이자를 공제하지 않는 것이 경제적 합리성을 가지는 산정방법임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위의 예에서 피해자의 상실수익액으로 2.4억원을 산정하여 지급해 주는 것이 한국의 경제상황을 고려하였을 때 경제이론적으로 타당하다는 연구결과이다.
※ 한국법경제학회는 판사를 포함한 법학자와 경제학 교수를 포함한 경제학자들이 참여하여 운영되는 학회이며, “법경제학연구”는 동 학회의 공식 학술지이다..
결론적으로 현행 산정방법은 피해자의 손해액을 실제보다 현저하게 과소 산정하는 방법이므로 더 이상 실무에서 적용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그간 법원 실무에서도 현행 산정방법의 불합리성을 인식은 하고 있었지만 대안이 없어 라이프닛쯔식과 호프만식 산정방법을 현재까지 관행적으로 사용해오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날 시점인 것으로 판단된다.
현실적으로 제도개선을 위해서는 여기에 대한 인식을 충분히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합리적 산정방법을 적용하여 상실수익액을 산정한 후 재판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법원에 청구하여 다투어줄 변호사가 필요하다. 필자는 지금껏 이러한 변호사를 찾고 있었는데 최근 뜻을 같이하는 판사출신의 젊은 변호사 한분을 만나게 되었다. 사망사고 또는 후유장해사고 관련하여 소송 건을 수임하게 되면 상실수익액(일실이익) 산정 시에 필자의 연구결과에 근거하여 중간이자를 공제하지 않은 금액을 산정하여 청구하고 법원에서 적극 다퉈주기로 약속하였다. 물론 이때 필자는 소송 진행과정에서 학술적으로 적극 지원하기로 하였다. 향후 피해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뜻을 같이하는 여타의 변호사들도 계속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이제는 대한민국 법원에서도 기존의 라이프닛쯔식과 호프만식 산정방법의 관행적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상실수익액 산정방법(예: 중간이자를 공제하지 않는 방법)에 의해 상실수익액이 산정되는 최초의 판례가 탄생할 날도 멀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법원의 판례가 바뀌게 되면 손해사정업계에 미치는 영향과 그 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판단된다. 이때 손해배상액의 증액으로 보수의 대폭적인 상승효과를 누릴 수 있는 손해사정사들은 실질적인 손해액산정 전문가로서의 위상을 제고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즉, 대한민국의 손해사정사는 미국의 forensic economist와 같은 역할을 가장 우선적으로 담당해야할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손해액산정 전문가로서 그 신분에 걸 맞는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할 것이다. 한국손해사정사회를 중심으로 고급과정의 손해액산정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이를 통해 손해사정사들의 전문성 제고 노력을 기울이면 전문가로서의 위상 제고는 그다지 어려운 문제는 아닐 것이다. 향후 대한민국 법원과 보험회사에서 모든 손해배상 사건에 있어서 독립 손해사정사가 산정한 상실수익액을 근거로 손해액을 산정하게 되는 시대가 실제로 도래하는 그날을 그려보면서 글을 마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