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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형사합의금의 법적 성격

 

형사합의금, 민사상 손해배상금과는 별도로 보아야


박한석(손해사정사회 부회장)


교통사고 형사합의는 보통 사고 차량이 보험에 들어 있고 그 보험에 의해 피해자에 대한 민사상 보상이 모두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사고를 낸 운전자가 형사처벌을 받게 된 경우 그 처벌을 덜 받기 위해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교통사고는 사망사고, 사고를 내고 도주한 경우(소위 뺑소니 사고), 10개 중요항목을 위반한 부상사고 인데, 특히 사고를 낸 운전자가 구속될 가능성이 높거나 이미 구속이 된 경우에 구속을 면해보려고, 또는 구속에서 풀려나기 위해 피해자와 형사합의를 하는 것이다.


한편, 사고 차량이 보험에 들어 있지 않아 사고를 내어 운전자가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경우에 가해자와 피해자의 합의는 형사합의만 하는 것이 아니라 민사상 배상합의를 함께 하므로, 이 때는 순수한 형사합의라고 할 수 없고 민․형사합의가 된다.
형사합의는 이 같이 민사상 합의(보상)를 제외하고, 말 그대로 순전히 형사상의 문제에 대해서만 합의하는 것을 말한다. 즉,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문서(합의서)로써 분명히 표시하는 것을 형사합의라 하며(더러는 가해자를 처벌하지 말아달라는 호소를 표시하기도 함), 가해자는 피해자가 그러한 의사표시(형사합의서의 작성)를 해준 데 대하여 금전적 사례를 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 때 받는 돈을 일반적으로 형사합의금이라 부른다.


형사합의금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으므로 일률적이지는 않으나, 사망사고는 대개 500만원부터 3,000만원 사이이며(물론 전혀 돈을 받지 않거나 1억원 등의 상당한 금액을 받는 예외적인 경우도 있음), 부상에 대해서는 진단 1주당 50만원 내외 금액의 정도가 보편적이다. 그리고 피해자는 민사상의 보상에 대해서는 보험회사로부터 보상을 받게 된다.
따라서 형사합의의 의도 및 합의과정을 보면 형사합의금은 일종의 사례금이며, 민사상 보상과 별도의 돈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 법원은 형사합의금을 합의 당시 당사자들(가해자와 피해자)의 의사와 달리 손해배상금의 일부로 해석하는 경우가 더 많다. 즉, 합의서에 형사합의금의 성격을 밝히지 않으면 손해배상금의 일부로 간주하는 것이다.


그 이유로 첫째, 합의서에 형사합의금의 성격을 밝히지 않으면 합의 당시 당사자들의 내심의 의사를 잘 알 수 없다는 것이고, 둘째로 피해자는 어떤 경우에도 이득을 보아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 이다. 만일 피해자가 보험회사 등으로부터 민사적 보상을 충분히 받고, 이에 더해 가해자로부터 형사합의금을 더 받는다면, 더구나 그 이득이 상당하다면 이는 손해를 배상하는 법리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사고를 당하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되고, 실제로 사고를 유발시키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형사합의금의 성격에 대해 법적 근거가 있거나 학설 등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법원의 판례에 의해 그 같이 추정하는 것이다.


형사합의금에 대해 그 성격을 밝히지 않으면 손해배상금의 일부로 간주하는 법원의 태도로 인해 그동안 형사합의금에 대해 많은 논란과 민원 또는 소송이 있어왔다. 보험회사는 그들이 보상해야 할 금액에서 형사합의금 공제를 당연스럽다는 듯이 주장하였고, 실제에 있어 공제를 함으로써 피해자와 민원을 야기하거나 소송 등을 제기하게 했으며, 보험회사의 피해자 보상금에서 형사합의금이 공제된 경우 이는 결과적으로 보험회사가 부당한 이득을 취한 결과가 되므로, 그 돈을 다시 가해자(보험회사로서는 보험가입자 등)가 보험회사에 청구하는 소송이 제기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혼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즉, 법원은 형사합의금의 성격을 밝히지 않는 경우 여전히 손해배상금의 일부로 간주하고 있고, 이를 보험회사가 보상해야 할 금액에서 공제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으며, 보험회사가 보상해야 할 금액에서 형사합의금을 공제한 경우 그 금액을 가해자가 보험회사에 청구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형사합의금은 손해배상금의 일부라는 것이 현재의 유력한 견해이다. 다만 법원은 형사합의금의 성격을 합의서에 명시한 경우에는 그에 따르며, 형사합의금이 소액인 경우, 예컨대 사망사고에서 300만원 이하인 경우에 있어서는 예외적으로 보상금과 별도의 돈으로 인정하고 있다.


우리 법원이 합의서에 형사합의금의 성격을 밝히지 않은 경우 손해배상금의 일부로 보는 탓에, 이러한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애써 받은 형사합의금이 나중 보험회사 보상금에서 공제 당하지 않기 위해 여러 가지 수단 내지 방법을 쓰고 있다.


첫째, 형사합의금을 크게 줄여서 적거나 아예 적지 않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완벽한 방법은 되지 못한다. 나중 가해자가 합의 당시의 증거 또는 구체적 정황을 대며 그 사실을 번복할 수 있고, 민사소송이 제기된 경우에는 사실대로 밝혀질 가능성 또한 있기 때문이다.


둘째, 형사합의금의 성격을 “위로금” 또는 “보험회사의 보상과는 별도”라고 표시하는 것이다. 이 같이 형사합의금의 성격을 합의서에 기재하는 경우에는 그 뜻에 따라 손해보상금과 별도의 위로금으로 본다. 형사합의금을 위로금으로 보는 경우에는 보험회사가 보상할 금액에서 그 금액을 그대로 공제하는 것이 아니라, 보험회사가 보상할 금액 중 위자료 산정에 참작한다. 대개는 형사합의금의 50% 정도를 위자료 금액에서 공제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결 태도다.


셋째, 형사합의금의 성격을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경우가 있다. “장례비의 일부”라거나 “차의 파손 수리에 따른 가치하락손해”라거나 “간병료” “입원료의 차액” 등으로 표시하는 것이다. 이 같이 형사합의금의 성격을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경우에는 그 의사를 존중하여 그대로 해석한다. 다만 형사합의금액과 실제 손해와의 정도를 비교를 하여 그 특정한 부분의 손해를 초과한 금액에 대해서는 손해배상금의 일부로 본다. 그러므로 형사합의금의 성격을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경우에는 실제의 손해 또는 통상적인 금액의 정도를 충분히 고려하여 정하여야 한다.


넷째, 형사합의금의 성격을 “위자료” 또는 “보험회사의 보삼금과 별도”로 기재하는 경우든 아니든, 나중 형사합의금으로 인해 발생할 문제를 대비하여 합의서에 미리 그 대책을 세워두는 경우이다. 즉, 형사합의금이 나중 보험회사 보상금에서 공제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해두거나 보험회사 보상금에서 공제되는 경우 가해자로부터 다시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해두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대비를 해두는 법률관계는 상당히 복잡하며, 그 조치를 해두는 합의서 내용 또한 꽤나 복잡해진다.


위 방법중 네번째에 의한 합의서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형사합의금을 민사적 보상금에서 공제하는 문제와 보험회사, 가해자, 피해자간의 관계 설명이 필요하다.
피해자가 받은 형사합의금을 전부 또는 일부라도 보험회사 보상금에서 공제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보험회사가 이득을 보게 된다. 보험회사로서는 원래 보상해야할 금액에서 그만큼 적은 금액을 보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보험회사가 부당이득을 취한 결과가 되어 부당한 결과가 된다.
그러므로 보험회사가 피해자 보상금에서 형사합의금을 공제하고 보상을 하게 되면 가해자(보험가입자 등)는 보험회사에 대하여 그 돈을 돌려달라고 할 권리가 발생한다. 법률적 용어로 말하면 부당이득반환청구권 또는 보험금청구권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준 형사합의금을 보험회사가 피해자에게 보상할 금액에서 전부 또는 일부라도 공제를 하고, 그 금액을 다시 가해자가 보험회사로부터 찾아가게 되면 결과적으로 형사합의금을 애초부터 주지 않은 결과가 되거나 형사합의금을 준 의미가 퇴색하게 된다. 즉 애초에 아무 대가 없이 그냥 형사합의를 해준 것이 되고 만다. 이는 역시 부당한 결과이며, 당초의 당사자 의사와도 배치된다.


따라서 형사합의서에 애초의 합의의사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를 미리 취해두는 것이다. 이의 내용을 간략하면 “형사합의금을 차후 보험회사가 보상할 금액에서 일부라도 공제할 경우 가해자가 보험회사를 상대로 가지게 되는 부당이득청구권 또는 보험금청구권을 미리 피해자에게 양도하며, 가해자는 나중 보험회사를 상대로 하여 가지게 될 부당이득청구권 또는 보험금청구권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기로 약정하고, 만일 가해자가 보험회사를 상대로 갖게 되는 청구권의 포기가 성립될 경우 가해자는 청구포기 금액을 다시 피해자에게 지급하며, 이러한 사실들은 가해자가 보험회사에 통보키로 한다”고 합의서에 기재해두는 것이다.


네번째 방법에 의한 합의서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소송이 제기된 적이 많지 않고, 또한 판례가 많지 않아 그 효과가 어떠할지 속단하기는 어려우나, 형사합의 당시 당사자들의 의사를 반영하고 유지할 수 있는 그나마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형사합의서의 내용을 작성하는 방법 또는 형사합의금의 성격을 기재하는 방법은 위에 든 사례 외에도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애초의 형사합의 취지를 살리는 것이며, 그 목적을 이루는 것이라면 형식과 내용이 좀 다르더라도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합의서에 형사합의금의 성격을 밝히지 않는 경우 손해배상금의 일부로 간주하고 있는 현실에서, 애써 합의한 형사합의금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통사고에 대한 형사합의를 하는 경우에는 형사합의금의 성격을 합의서 내용에 기재해두거나 형사합의의 취지가 어긋나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해두어야 한다.


더불어 한마디 덧붙인다면 형사합의 대신 가해자가 일방적으로 법원에 예치하는 공탁금은 손해배상금의 일부로 간주될 가능성이 더욱 높으므로 피해자로서는 가해자가 공탁을 하도록 내버려두거나 형사합의에 소극적이기보다는 보다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 2005년 10월호 교통평화 기획특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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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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