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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사정 제도의 개선방안

박한석(朴漢錫) 김명규(金明圭)
경인손해사정 대표, 손해사정인 손해사정인, 한국손해사정인회 사무총장,
한국손해사정인회 기획이사, 협성대학교 경영정보학부 금융보험전공 강사
경실련 자문위원

I. 시작하며
우리나라 손해사정인 제도의 도입 취지가 손해보험사업자는 보험사고로 인한 손해액 및 보험금을 전문인인 손해사정인으로 하여금 조사·결정 업무를 담당토록 하여 보험금 또는 보상금이 보험사업자나 보험계약자 등 어느 쪽에도 일방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공정·객관적인 결정이 되고 결정된 보험금 또는 보상금이 신속히 지급되도록 함으로써, 보험소비자의 권익보호와 함께 사고로 인한 피해의 신속한 복구 및 원상회복을 통하여 경제적으로 기여하는 데 그 주된 목적이 있다할 것이다. 따라서 손해사정인은 공정·신속한 보험금 또는 보상금 지급은 보험분쟁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고 보험제도의 신뢰를 향상시키는 부수적 효과를 거두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취지 하에 도입한 손해사정인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었고, 올바르게 운영되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견해보다는 부정적인 견해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현실적으로 보험금 또는 보상금을 둘러싼 보험사업자와 보험소비자의 줄다리기는 이제 일반적·보편적 현상이 되었으며, 급기야 다툼이나 분쟁으로 비화되는 경우는 날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는 보험소비자가 보험금 또는 보상금을 과다하게 요구 또는 많이 받을 목적으로 꾀병을 부리거나 장기간 치료하는 등의 문제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한편 보험사업자 역시 공정 타당한 보험금을 지급하기보다는 어떻게든 보험금 또는 보상금을 될 수 있으면 적게 지급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손해보험회사들은 보상지표 라는 것을 만들어 1사고당 또는 1피보험자(피해자)당 평균지급보험(보상)금액을 하향시키려 안간힘을 쓰고, 더불어 보상담당자간, 부서간, 보험회사간 경쟁을 부추키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세간에서는 보험회사의 보상행태를 "될 수 있으면 안주고, 적게 주고, 늦게 주는" 가진 자의 횡포가 극에 달했노라고 하며 보험제도를 오히려 원망하는 소리도 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손해사정인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는 문제점을 살펴보고, 제도가 올바른 역할을 하여 보험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보험제도 발전 및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 개선방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Ⅱ. 현행 손해사정인 제도의 문제점


 


 


현행 법규상 손해보험사업자는 손해사정인을 고용하거나 선임하여 손해사정 업무를 담당하게 하거나 손해사정 업무를 위탁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외국에서 발생한 보험사고, 보험계약자 등이 손해사정인을 따로 선임한 경우는 예외로 한다.
따라서 법의 기본 취지는 모든 손해보험사고에 대한 손해사정(손해액 및 보험금의 사정)을 손해사정인에 의해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즉 보험금 또는 보상금의 결정은 손해사정인이 하고, 보험사업자는 손해사정인에 의해 조사·결정된 보험금 또는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보험금 또는 보상금 결정에 공정성 및 적정성, 형평성 등을 기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법규정은 그 규정만 있을 뿐 그 이외의 규정이 없다.
그리하여 보험사업자는 손해사정인을 고용 또는 선임은 하고 있지만, 손해사정 업무를 실질적으로 담당케 하기보다는 여타 보상담당자들이 손해사정 업무를 행한 서류에 형식적 날인만을 하고 있으며, 고용손해사정인은 여타 보상직원과 다를 바 없는 업무를 고유 업무로 하고 있다. 즉, 보험사업자는 법규정을 지킨다는 차원에서 손해사정인을 고용 또는 선임하였을 뿐 실질적인 손해사정 업무는 전혀 하지 않고, 손해사정 업무는 사실상 보험사업자가 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손해사정을 업으로 하는 자, 즉 보험계약자 등이 선임하는 독립손해사정인들의 경우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음을 바로 알 수 있다.
독립손해사정인은 보험업감독규정에 보험계약자 등에 의하여 당해 보험사고에 대하여 손해사정을 의뢰 받으면, ①이를 보험사업자에게 통보하여야 하고, ②제 규정에 의한 필수적 사항 및 보험금 또는 보상금 산정에 관한 사항을 기재한 손해사정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며, ③손해사정보고서를 보험계약자 등 또는 손해보험사업자에게 제출하여야 하고, ④보험계약자 등 및 보험사업자가 보완·정정을 요구할 경우 그 요구에 응해야 할 의무 등이 명시되어 있다. 즉 고용이든, 선임이든, 독립이든 같은 손해사정인이므로 같은 업무수행을 하여야 하는데, 독립손해사정인 관련 규정은 있는 반면, 고용 또는 선임손해사정인 관련규정은 없음으로 인해 보험사업자는 손해사정인을 고용 또는 선임하기만 하면 그만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고용·선임과 독립 손해사정인 간에 있어서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 보험사업자와 보험계약자 등과의 관계에서도 또한 같다. 보험계약자 등이 독립손해사정인을 선임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보험사업자에게 통보하도록 되어 있지만, 반대로 보험사업자의 경우에는 아무런 관련규정이 없어 보험계약자 등에게의 담당 손해사정인의 통보는 애초부터 기대하기조차 어렵다.


2) 보험사업자의 법 및 감독규정 준수의지 부족


 


 


보험금 또는 보상금 결정권은 손해사정인에게 주어져야 하며, 반면 보험사업자에게는 보험금지급권을, 보험계약자 등에게는 그 수령권이 주어져야 한다. 그래야 관련 법규정에 맞고, 손해사정인 제도 도입 취지에도 맞으며, 공정 타당한 보험금 또는 보상금이 결정·지급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보험금 또는 보상금 결정권을 보험사업자가 가지고 있다. 공정성, 타당성과는 관계없이 보험사업자 임의대로 보험금 또는 보상금을 결정하고, 보험사업자 임의대로 지급한다. 고용 또는 선임손해사정인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독립손해사정인의 공정한 손해사정 의견 또한 배척되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독립손해사정인은 공정 타당한 손해사정 업무수행보다는 보험사업자를 상대로 보험계약자 등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에 주력하게 된다. 즉 공정 타당한 손해사정 결과가 보험사업자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으므로, 보험사업자를 상대로 손해사정을 행한 결과의 정당성을 적극 설명하거나, 더 나아가 이해와 납득을 시키거나, 손해사정 결과의 수용을 부탁 또는 강요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행위는 중대한 문제를 야기 시킨다. 바로 변호사법 위반 소지의 문제다. 손해사정인은 보험금 또는 보상금을 사정하는 업무에 국한되어야 하는데, 그 한계를 넘어 중재·화해 업무를 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즉 독립손해사정인의 공정 타당한 보험금 또는 보상금 사정이 그대로 반영된다면, 독립손해사정인의 업무는 그것으로 종료될 것이나 현실적으로 보험사업자가 보험금 또는 보상금 결정 및 지급권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본연의 업무 이후의 과정을 수행함으로써, 변호사법 위반의 소지를 안게되고 보험계약자 등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손해사정인의 경우도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1) 동등한 손해사정인의 선임권
현행 법과 감독규정은 보험사업자에게 손해사정 업무를 담당하게 할 손해사정인을 고용 또는 선임할 의무를 지우는 한편 보험계약자 등이 손해사정인을 선임할 경우에는 보험사업자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 또 보험계약자 등이 임의로 손해사정인을 선임할 수 있으나 이 경우 손해사정 보수는 보험계약자 등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보험사업자에게 손해사정인 선임의 우선권을 준 것으로 보험사업자와 보험계약자 등 사이에 평등권을 저해하는 규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①보험사업자는 손해사정 업무를 담당할 손해사정인을 고용 또는 선임할 의무를 지는 외에 보험사고별로 전담손해사정인을 정하도록 하고, 이 때 보험계약자 등의 동의를 구하도록 하거나 ②보험사업자에게 보험사고별 손해사정인 선정 우선권을 주되 보험계약자 등이 보험사업자와 별도로 손해사정인을 선임할 수 있는 규정을 세분화하여 보험계약자 등이 부당하거나 불필요하게 손해사정인을 선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손해사정 보수는 보험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2) 손해사정인의 선임 통보


보험사업자와 보험계약자 등이 서로 상의하여 손해사정인을 선임하거나 상호 손해사정인 선임에 대해 동의를 받는 경우에 손해사정인 선임 사실을 별도로 통보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현행 규정대로 보험사업자에게 손해사정인 선임의 우선권을 주는 것이라면 손해사정인의 선임 통보는 보험계약자 등만 지는 것이 아니라 보험사업자 역시 같은 의무를 져야 한다.
따라서 보험계약자 등이 보험사업자와 별도로 손해사정인을 선임한 경우 역시 보험사업자 및 기타 이해관계인에게 그 사실을 통보하도록 한다.


3) 손해사정 업무의 협조


 


4) 손해사정 결과의 작성


고용이든 선임이든 독립이든 손해사정인이 손해사정 업무를 수행한 때에는 그 결과로 반드시 손해사정보고서(이하 손해사정서 라 한다)를 작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손해사정인이 작성한 손해사정서는 보험사업자의 보험금 또는 보상금 지급서류와는 다른 것으로써, 보험사업자 또는 보험계약자 등으로부터 수임 받은 날짜, 수임내용, 위임자 인적사항, 보수청구서, 보험계약사항, 사고 및 손해조사 내용, 보험금 또는 보상금의 범위 등을 기재하여야 하며, 이는 5년간 보존하도록 한다.
즉, 손해사정인은 손해사정서를 작성하고 기명·날인한 경우 그 업무는 누구에게도 영향받지 아니하여야 하며, 그 결과에 대해 이해관계인 모두로부터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5) 손해사정서의 제출


 


6) 손해사정 결과의 설명 요구 및 이견 제시
보험사업자 및 보험계약자 등은 손해사정서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당해 보험사고의 손해사정 내용에 대하여 해당 손해사정인(고용 또는 독립손해사정인)에게 1회에 한하여 설명을 요구하거나 반대의견을 제시하고, 이를 반영하여줄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도록 한다. 단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경우 단순한 의견표시로서는 곤란하고, 그 의견에 대한 근거 및 자료를 제시하여야 하도록 한다.


7) 손해사정인의 설명의무 및 손해사정서 보완의무


 


8) 손해사정 결과의 이견 조정


손해사정인이 행한 손해사정 결과에 승복할 수 없거나 1보험사고에 2이상의 손해사정인이 선임되어 그 결과가 서로 상이한 경우에는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하여 손해사정 결과에 대한 이견을 조정하도록 한다.
①보험사업자 및 보험계약자 등이 손해사정 결과에 승복할 수 없는 때
②보험사업자가 고용 또는 선임한 손해사정인과 보험계약자 등이 선임한 손해사정인의 손해사정 결과가 서로 다른 경우


9) 손해사정인 보수의 부담


 


위 내용에 충실하여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1. 다음의 경우 당해 보험사고에 대한 손해사정 보수는 보험사업자가 부담한다.
① 당해 보험사고에 선임된 손해사정인 또는 손해사정업자가 1이하인 때
② 보험계약자 등이 보험사업자의 동의를 받아 별도의 손해사정인을 선임한 때
③ 보험계약자 등이 보험사업자에게 사고 통보를 한 날로부터 7일이 지나도록 당해 보험사고에 대해 전담손해사정인의 지정 등 손해사정 착수 사실을 통보 받지 아니한 때
④ 보험사업자에게 고용 또는 선임된 손해사정인의 손해사정 결과가 공정하지 아니한 때
2. 다음의 경우 당해 보험사고에 대한 손해사정 보수는 보험계약자 등이 부담한다.
① 2 이상의 손해사정 보수 발생이 보험계약자 등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인 때
② 보험계약자 등이 선임한 손해사정인의 손해사정 결과가 공정하지 아니한 때


 


손해사정 제도는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지위를 갖는 손해사정인으로 하여금 보험사고에 대해 신속하고 공정한 보험금 또는 보상금을 결정토록 함으로써 보험계약자 등의 권익을 보호하고 피해를 신속하게 복구함은 물론 보험사업자와 보험계약자 등 양 당사자 사이의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고, 그로 인해 소송 등에 의한 시간 및 비용의 발생을 방지하여 국민경제에 이바지하고 보험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촉진시키는 데 기여하는 바 크다 할 것이다.
이같이 유익한 손해사정 제도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손해사정인에게 보험금 또는 보상금 결정권한을 주고, 그 결정권은 보험사업자의 지급권 및 보험계약자 등의 수령권과 함께 존중되어져야 한다. 그리하여 보험사고의 분쟁은 가능한 한 보험제도 틀 안에서 해결되어야 한다. 특히 보험금 또는 보상금이 일정금액 이하인 소액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렇지 않으면 보험분쟁 및 보험에 관한 소송은 증가하여 그로 인한 비용 및 시간의 손실을 가져오게 되고, 또 소송에 이르지 못하는 소액사건에 있어서는 보험계약자 등의 권리의 포기로 이어져 결국은 보험에 대한 불신을 높이는 일이자 국가 경제적으로도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빗게 된다.
따라서 손해사정인의 업무범위는 보험사고에 대한 손해사정 업무로 국한하되, 현행 법규정 또는 감독규정에 그에 부수되는 업무로써 ①손해사정 내용 및 결과에 대한 설명의무 및 권리, ②당해 보험사고가 분쟁조정에 회부된 경우 손해사정 내용 및 결과에 대한 의견의 진술의무 및 권리, ③보험회사 및 보험관련기관에 제출하는 서류의 작성 및 제출의 권리를 주어야 한다. 이는 손해사정제도의 기능 및 역할을 높이는 길이자 손해사정인의 업무 범위를 명백히 하는 한편 손해사정인의 업무가 변호사법의 저촉 여지를 줄이는 것이기도 하다.


 


현행 보험금 및 보상금 사정과 관련하여 법규 및 규정에는 공정한 손해액 산정을 위한 손해사정의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아니하다. 대신 보험사업자가 작성한 보험약관의 보험금 또는 보상금 지급기준이란 것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보험약관상의 보험금 또는 보상금 지급기준은 보험계약 당사자들을 규율할 수는 있어도, 제3자를 위한 배상책임보험 등에서 제3자를 규율할 수는 없다. 따라서 제3자를 위한 보험에서는 보험계약 당사자들의 약정에 의한 기준이 아닌 사회적 합의를 거친 보상금 산정 기준이 별도로 마련되어야 한다.
이 부분은 기준 마련에 대한 당위성 여부의 논의가 필요하고, 기준 마련이 타당하다고 결정된 이후에도 그 세부기준 작성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감독기관, 보험사업자, 소비자 단체, 손해사정인 등이 서로 협력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법 또는 규정에서는 손해사정기준을 마련하여, 이에 의해서 손해사정을 행해야 한다는 강행규정을 둘 필요성이 있다.


 


우리나라에 손해사정인 제도가 도입된 지 이제 4반세기 가까운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손해사정제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겨우 허울만 유지하고 있지 않나 싶다. 1종 및 2종 손해사정인 및 손해사정업의 경우 보험사업자의 들러리로, 3종 손해사정인 및 손해사정업의 경우 보험사업자와 보험계약자 등의 사이에 끼어 운신의 여지를 잃은 지 이미 오래다.
보험사업자는 법규정이 있으니 마지못해 규정에 따르는 듯 하고, 피할 수 있는 부문은 가능한 한 회피하거나 손해사정 및 손해사정인 제도 자체를 배척하려는 것 같다. 반면 보험계약자 등은 손해사정인에게 변호사와 다름없는 일을 요구하고 있으며, 사법기관에서는 그 부분을 위법이라고 한다.
손해사정 제도가 보험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면 그것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마지못해 형식만을 취하는 정도라면 차라리 있지 아니한 것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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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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