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 침범사고
■대법원 판결, 1999.7.23.선고, 99다19346사건, 破棄還送
【판시사항】
[1] 황색 점선의 중앙선이 설치된 고속도로에서 자기차선을 따라 운행하는 자동차 운전자에게 반대차선의 자동차가 중앙선을 침범할 것을 예상하여 운전할 주의의무가 있는지 여부(한정 소극)
[2] 중앙선을 침범하여 운행하던 자동차가 반대차선에서 과속으로 운행하던 자동차와 충돌한 경우, 과속 운전자에게 과실이 있는지 여부(한정 소극)
【판결요지】
[1] 일반적으로 중앙선이 설치된 도로를 자기차선을 따라 운행하는 자동차 운전자로서는 마주 오는 차량도 자기차선을 지켜 운행하리라고 신뢰하는 것이 보통이므로, 상대방 차량의 비정상적인 운행을 예견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상대방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해 들어올 경우까지 예상하여 운전하여야 할 주의의무는 없고, 비록 자동차가 도로 양측으로 넘어가는 것이 허용된 황색점선의 중앙선이라고 하더라도 그 운전자가 중앙선을 넘을 당시의 객관적인 여건으로 보아 장애물을 피하기 위하여 다른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겨를이 없는 등의 급박한 사정 때문에 부득이 중앙선을 넘을 필요가 있는 경우나, 반대 방향의 교통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면서 중앙선을 침범하여 반대차선으로 넘어가는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중앙선을 넘는 것이 허용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가 아닌 한, 그 사고 장소가 황색점선의 구간이라 하여 반대차선의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해 들어 올 경우까지 예상하여 운전하여야 할 주의의무는 없다.
[2] 중앙선을 침범하여 운행하던 자동차가 반대차선에서 과속으로 운행하던 자동차와 충돌한 경우, 운전자가 제한속도를 초과하여 운전한 사정만을 들어 그에게 과실이 있다고 탓할 수는 없고 그와 같이 과속운행을 하지 아니하였더라면 상대방 자동차의 중앙선 침범을 발견하는 즉시 정차 또는 감속으로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는 사정이 있었던 경우에 한하여 과속운행을 과실로 볼 수 있다.
【참조조문】
[1] 민법 제750조, 도로교통법 제13조 제2항, 도로교통법시행규칙 제10조 제1항 [별표] 제6호
[2] 민법 제750조, 도로교통법 제15조
【참조판례】
[1][2] 대법원 1991. 8. 9. 선고 91다9169 판결(공1991, 2319)
대법원 1994. 9. 9. 선고 94다18003 판결(공1994하, 2618)
대법원 1995. 10. 12. 선고 95다28700 판결(공1995하, 3744)
대법원 1997. 1. 24. 선고 96다39158 판결(공1997상, 638)
[1] 대법원 1990. 10. 26. 선고 90도1656 판결(공1990, 2477)
【전 문】
【원고,피상고인겸부대상고인】원고 1 외 1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부산동부 담당변호사 최장락)
【피고,상고인겸부대피상고인】피고 1 외 1인 (피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병주)
【원심판결】 부산지법 1999. 2. 19. 선고 98나3587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원고들의 부대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부대 상고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 증거들을 종합하여 망 소외 1은 1995. 4. 15. 05:40경 엘란트라 승용차(이하 '사고 승용차'라 한다)를 운전하여 그의 처인 소외 2를 조수석에, 딸인 소외 3을 뒷좌석에 태우고 소외 3을 같은 날 06:30 대구공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편에 탑승시키기 위하여 상당히 빠른 속도로 구마고속도로를 상행하고 있었고, 피고 1은 11t 카고트럭(이하 '사고 트럭'이라 한다)을 운전하여 그 적재함에 철판코일 등 약 12t의 화물을 싣고 마산의 효성중공업에 가기 위하여 시속 약 70km의 속력으로 구마고속도로를 하행하던 중 구마고속도로 대구기점 42.9km 지점에서 사고 승용차가 선행 트럭을 추월하기 위하여 중앙선을 넘다가 마주 오던 사고 트럭을 발견하고 급히 자기차선으로 복귀하던 중 사고 트럭의 좌측 옆 연료탱크 보호망과 좌측 뒷바퀴 사이 부분을 사고 승용차의 좌측 앞 부분 및 문짝 부분으로 충격함으로써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사고는 사고 승용차의 운전자인 망 소외 1피고 1이 내리막의 직선도로를 진행하다가 그 직선도로가 끝나는 지점으로서 오른쪽으로 굽은 오르막길이 시작되는 사고 지점에 이르러 선행하던 번호불상 트럭을 추월하기 위하여 중앙선을 침범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할 것이나, 한편 사고 트럭의 운전자인 망 소외 1의 과실과 피고 1의 과실이 경합하여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여 피고들의 면책항변을 배척하였다.
나. 그러나 일반적으로 중앙선이 설치된 도로를 자기차선을 따라 운행하는 자동차 운전자로서는 마주 오는 차량도 자기차선을 지켜 운행하리라고 신뢰하는 것이 보통이므로, 상대방 차량의 비정상적인 운행을 예견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상대방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해 들어올 경우까지 예상하여 운전하여야 할 주의의무는 없고(대법원 1991. 8. 9. 선고 91다9169 판결, 1997. 1. 24. 선고 96다39158 판결 등 참조), 비록 자동차가 도로 양측으로 넘어가는 것이 허용된 황색점선의 중앙선이라고 하더라도 그 운전자가 중앙선을 넘을 당시의 객관적인 여건으로 보아 장애물을 피하기 위하여 다른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겨를이 없는 등의 급박한 사정 때문에 부득이 중앙선을 넘을 필요가 있는 경우나, 반대 방향의 교통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면서 중앙선을 침범하여 반대차선으로 넘어가는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중앙선을 넘는 것이 허용된다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1990. 10. 26. 선고 90도1656 판결 참조), 이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가 아닌 한, 그 사고 장소가 황색점선의 구간이라 하여 반대차선의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해 들어 올 경우까지 예상하여 운전하여야 할 주의의무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 당시 짙은 안개로 인해 사고 장소인 고속도로 상의 시계가 50m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면(원심은 이를 전제로, 시계가 50m 정도도 채 안되는 도로 상황 및 자동차 진행 상황 아래서는 도로교통법시행규칙 제12조 제2항 제2호에 따라 제한시속의 50%를 감속하여 운행하여야 하므로,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 1로서는 사고 지점의 원래의 제한시속 80km의 50%인 시속 40km 정도로 감속운행 하여야 했는데도 70km 정도로 과속운행하였다고 인정하였다.), 피고 1은 안개가 짙게 낀 고속도로 상에서 사고 승용차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중앙선을 침범하여 운행하리라는 것을 예견할 수 없었다 할 것이고, 나아가 사고 승용차가 중앙선을 침범하여 운행하는 것을 알 수 있었던 때의 두 차량 간의 거리는 50m가 채 안되었을 것이며(원심은 사고 트럭과 약 50m 정도의 거리를 두고 뒤따라 오던 8t 트럭 운전자인 소외 전성환이, 사고 승용차로 보이는 차량 1대가 약 500m 전방에서부터 선행하던 번호불상 트럭을 추월하기 위해 중앙선을 넘었다가 다시 자기차선으로 복귀하는 등 앞 차에 대한 추월을 시도하는 것을 보았다고 진술하였음에 의거하여, 피고 1으로서도 주의를 기울여 전방을 주시하였다면 사고 승용차가 그 선행 트럭을 추월해 오리라는 것을 미리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으나, 이와 같은 원심 판단은 사고 당시의 시계가 50m 정도도 되지 않는다는 앞의 사실인정과 어긋나므로 수긍하기가 어렵다.), 또한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 1이 제한속도를 초과하여 운전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사정만을 들어 그에게 과실이 있다고 탓할 수는 없고 그와 같이 과속운행을 하지 아니하였더라면 상대방 자동차의 중앙선 침범을 발견하는 즉시 정차 또는 감속으로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는 사정이 있었던 경우에 한하여 과속운행을 과실로 볼 수 있을 것 이므로(대법원 1994. 9. 9. 선고 94다18003 판결, 1995. 10. 12. 선고 95다28700 판결 등 참조), 사고 승용차가 중앙선 침범을 할 당시 두 차량 간의 거리가 얼마였는지, 또한 사고 승용차가 중앙선을 침범한 것을 피고 1이 발견할 수 있었던 때로부터 사고 트럭과 충돌할 때까지 걸린 시간 및 진행한 거리가 얼마였는지 등을 심리하여 확정한 다음 위 피고가 이 사건 사고 당시 사고 승용차와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제한속도를 지켜 운전하였더라면 사고의 발생을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는지 여부를 가렸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와 같은 인정 사실만 가지고 피고들의 면책항변을 쉽게 배척하였음은 자동차 운전자의 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을 저질렀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원고들의 부대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결에서 채용하고 있는 증거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 사고에 관한 그 판시와 같은 사실 등을 인정한 후, 이 사건 사고에 경합된 원고측의 과실을 70%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평가하였는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가 피고측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에 비추어, 원심 인정 사실과는 다른 사고경위를 전제로 피고측의 과실을 원심보다 오히려 더 무겁게 인정하여야 한다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더 살펴 볼 것도 없이 이유 없을 뿐만 아니라, 가사 원심의 사실인정을 그대로 따르는 경우에도, 원고측의 과실비율에 관한 원심의 판단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는 아니한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며, 원고들의 부대상고를 기각하고, 부대상고비용은 패소자인 원고들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지창권(재판장) 이돈희 송진훈 변재승(주심)